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싱가포르 데일리 로그

싱가포르 직장인의 멘탈 박살난 하루 (Feat. EP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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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랜만에 적는 블로그 글인 것 같다. 

그동안 재테크 책도 보고 영상도 봤는데, 핵심은 직장인으로 월급만 받아서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 힘들다는 것이었다.

열심히 저축을 하고 벌어서 시드머니가 쌓였을 때 공부해온 지식으로 부동산이나 주식 혹은 사업을 통해 부를 불린다는 게 내가 본 자료들의 핵심이었다. 

결국 그 단계에 가까워지려면 저축은 당연하고,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게 우선이라 판단해서 열심히 이직 준비를 했다. 

이력서를 수정하고 링크드인을 업데이트하면서 구직활동을 한 보람이 있는지 링크드인을 통해 어떤 IT 회사의 흥미로운 포지션에 대한 면접 제안이 와서 총 4차 면접을 거쳐 최종 오퍼레터까지 받는 데에 성공했다. 

세일즈 쪽 경력이 전무하지만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 그간 쌓아온 나의 경험들이 어떻게 이 포지션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열정적으로 어필했고, 이 회사도 나를 채용해볼 만 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. 

계약서에 사인까지 했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싱가포르 취업의 최종보스는 비자다. 비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 어떤 말도 무용하다 ㅋㅋㅋㅋㅋㅋ 
어느 정도냐면 이걸 알고 있었기에 나는 새 회사에 합격했다는 사실을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않았다. (비자가 나오면 알려드리려고) 

내가 합격한 회사는 쿼타 (해당 회사가 내줄 수 있는 비자의 수량) 문제 때문에 나에게 줄 수 있는 건 EP 뿐이라고 했고, 시스템에서 검사해본 바로는 아마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하긴 했다. 

**여기서 잠깐 알아보는 초간단 싱가포르 비자 종류

비자 이름 Work Permit (WP) S Pass (SP) Employment Pass (EP)
주요 특징  비자에 등급이 있다고 하면 기분이 나쁠 수 있으나 실제적으로 가장 낮은 등급의 비자. 

비자 월급 기준이 가장 낮다. 

WP는 영주권 신청이 안된다고 한다. 

캔슬될 경우 (해고라던가) 7일 이내에 싱가폴을 나가야 한다. 

**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싱글이고 (=데려올 가족 없고) 영주권 신청 생각이 없는 경우 WP 받아도 하등 상관이 없다. 월급 8천달러 받으면서 WP인 사람도 꽤 있다. 
그치만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비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(특정 은행 계좌의 개설이라던가 대출이 WP는 불가하다고 한다) 보통 직장인들은 SP나 EP를 원한다. 
어느 정도의 경력이 뒷받침되고 월급이 받쳐주면 받을 수 있는 비자 

쿼타 문제가 심각하다. 요새는 진짜 역대급 
**싱가포르 사람은 몇을 고용해야 S Pass 1개를 발급해줄 수 있다. 그래서 싱가포르 구직을 하다보면 회사 HR 측에서 '미안 우리 SP 쿼타가 없어 ㅠㅠ'란 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. 

캔슬될 경우 30일의 기간 동안 싱가폴에 체류할 수 있다. 
월급이나 기타 기준 (예를 들어 대학 학위가 없으면 좀 불리하다) 가장 높은 비자. 

특장점은 쿼타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기준만 맞으면 회사에서 몇명이든 내줄 수 있다. 

나이가 많을 수록 EP를 원하는 이유는 EP를 받는 경우 DP(Dependant Pass)로 가족들을 싱가폴로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. 

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경기 침체로 자국민 고용을 활성화해야하는 싱가폴 정부의 직격 펀치를 맞아 기준점이 점점 괴랄해지고 있다. (정부 사이트에서 볼 수 있음) 

예시: 4년제 대학 졸업하고 3~4년 경력있는 사람 (28,29 세)기준으로 월급이 싱달러 8천은 되야 EP가 나온다는 요새 카더라가 있다. 

캔슬될 경우 90일 동안 체류할 수 있다.

비자에 대해 진짜 할 말이 많은데... 

요새(2023년 11월 기준) 핫이슈는 단연 S Pass랑 EP이다. 
EP의 경우 또 다른 문제점이 리뉴얼(갱신) 문제인데, EP 월급 기준표는 나이대에 따라 다르다. 
E.g. 28살 월급 기준 6천달러, 30살 월급 기준 7천 달러 
이게 무슨 말이냐면, 2년 만기인 EP가 종료될 때쯤 내 월급이 천불(=백만원)정도는 올라 있어야 리뉴얼이 가능할 거라는 건데, 승진하지 않는한 보통은 불가능하다. 
**그리고 내가 금융권이 아니라 빠뜨렸는데 금융권은 기준이 더 높다 ^^ 

각설하고, 위의 이유 때문에 안그래도 EP 받기가 힘든데, 갱신이 어지간하면 안되다 보니 어떤 현상이 벌어졌냐면 회사에서 기존 EP를 받던 사람들이 갱신이 안되서 S Pass로 다운그레이드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. 
**EP 안그래도 받기 어려움 >>> EP 있던 사람들 갱신 안됨 >>> 다 해고할 순 없으니 S Pass로 바꿔 내줌 >>> S Pass 쿼타 부족 >>> EP 밖에 내줄 수 없음 근데 받기 어려움 (???)

이 대환장할 상황 덕에 요새 돌아가는 게 불안하다고 느껴서 새 회사 합격했다고 말도 안했던 건데, 그래도 HR 쪽에서 될 거 같다고 하니 희망을 가지고 기다렸었다. (현재 나는 SP다)

그런데 바로 어제, 정말 미안하지만 확인 결과 예상했던 것보다 커트라인이 높아서 회사 버짓 상 EP를 내주기 어려울 것 같다고,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 (오퍼레터 사인 무효 ㅠㅠ)

새 회사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가지고 미래를 그려보던 몇 주였는데, 그게 전부 무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니 어제는 정말 멘탈이 쿠크다스가 되서 사경을 헤맸다.... 
다음에도 이런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더 막막하고, 안정적인 이직을 위해서는 S Pass 발급 가능한 포지션을 노려야 하는데 그런 회사 자체가 잘 없어서 고민이 깊어졌다.

언젠가 미래에 보면 지나간 고난의 추억이려니 하고 글을 남겨본다. 비슷한 상황에 처하신 분들이 있다면 모두 힘내시길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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